미리보기
바이오 클락
이른 아침에 심장마비에 더 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벌은 어떻게 시간을 알까? 순...
ISBN 89-6030-108-6
저자
발행일 2006-07-20
지은이 러셀 포스터 & 레온 크라이츠먼
옮긴이 김한영
분량 416쪽
분류 과학
형태 신국판
개정판정보 2006년 7월 20일(초판 1쇄 발행)
정가 16,500원↓
판매가 1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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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잠을 깨우고, 배가 고프게 하고, 사랑할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우리 몸속에서 똑딱거리는 생체시계 이야기


  이른 아침에 심장마비에 더 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벌은 어떻게 시간을 알까? 순록은 어떻게 이동할 때를 알까? 왜 10대들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 못하고 헤맬까? 종달새형(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밤형) 인간으로 나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답이 ‘생체시계’(Bio-Clock)에 있다.

  생체시계는 생명체의 내부에서 생물학적 리듬을 형성하고 조절하는 자립적 진동자로, 수면과 기상, 식사와 물마시기 등의 일상 패턴이 모두 이 생체시계의 작용에서 비롯된다. 생체시계의 지휘에 따르면 우리 몸의 각 기관들이 조화롭게 작동하지만, 생체시계가 고장 나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병에 이를 수도 있다. 이를 연구하는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이 현대 과학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1900년대 초반 독일의 뷔닝과 영국의 피텐드리 등 선구적인 생물학자들이 동식물의 일간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밝혀낸 이래 시간생물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시간생물학 분야에서 얼마나 치열한 연구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전 세계에서 1,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생체시계의 과학적 원리를 연구하고 있으며, 그 정보를 의학․농업․원예․유인 우주선․전쟁 등에 적용하고 있는 과학자는 그 10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클락』은 우리에게 아직 생소하기만 한 시간생물학 분야의 최신 성과들을 본격 소개하는 책이다. 세계적인 석학인 러셀 포스터와 과학저널리스트인 레온 크라이츠먼은 일반인들과 시간생물학의 연구 성과들을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들은 생체시계와 일간주기 리듬의 존재를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통해 입증해내는 한편, 이를 인간 개인의 실생활과 연관시켜 생활 패턴, 업무 능률, 건강 문제 등에 관한 생각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


  시차증(jet-lag)과 교대지체증(shift-lag)은 생체시계의 주기 리듬에 따르지 않을 때 우리 몸이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가를 뚜렷이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엑손발데스호 침몰 사고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인재(人災)들이 야간 근무 중이던 이들의 부주의로 일어났다. 야간 근무 시에 부상을 당할 위험은 주간 근무에 비해 20퍼센트나 높다고 한다. 또한 장기간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나 수시로 여러 개의 표준 시간대를 넘나드는 항공기 승무원들은 시차증을 겪고 있다.

  저자들은 시간생물학이 아직 보편적인 인정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어떤 학문 분야보다도 실생활에 응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투약시간을 밝힘으로써 암, 천식, 심장발작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과 장애의 치료법을 개선하려는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가령 심장발작 등의 심혈관계 질병은 주로 아침에 발병하는데, 이는 일간주기의 패턴이 이른 아침에 정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침이 아닌 밤에 치료제를 복용할 때 최대한의 약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고혈압 치료제인 코베라-HS, 베를랜 PM은 바로 그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또한 걸프전쟁과 이라크전쟁 당시 미국과 프랑스 정부는 병사들이 ‘사흘 밤낮 동안 계속해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모다피닐의 효과를 실험하기도 했다.

  제11, 12, 13장에서 이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는데, 특히 시간치료학 분야에 대한 설명은 의료계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산업화된 사회는 우리에게 낮과 밤, 휴일과 평일이 따로 없는 ‘24/7’ 생활방식을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이 체제는 우리의 기본적인 생명활동과 충돌을 일으킨다. 우리 유전자 속에 새벽부터 황혼까지 하루 패턴을 예측하는 고유한 생체리듬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간생물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이제 생체시계의 원리와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생체시계를 인위적으로 변화시켜 ‘24/7’ 체제에 부응하는 신인류를 창조해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수백만 년 동안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시켜온 생체시계의 리듬을 기계적 시계의 리듬으로 대체하는 것이 과연 유크로니아(Uchronia: 無時, 理想時)가 될지, 디스크로니아(Dyschronia: 反理想時)가 될지에 대해서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것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시간생물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화두이기도 할 것이다.



내용 소개


1장 몸 안의 하루와 몸 밖의 하루

해시계가 발견되기 이전, 외부 세계와 조화를 이루던 인간의 일간 신체리듬은 현대에 와서는 그 조화가 많이 깨진 생태다. 인간은 일간주기 리듬의 존재에 대해 이전부터 알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부터다. 초파리를 항상적 조건에 놓았을 때 초파리의 자유가동리듬이 정확히 24시간이 아님이 드러났다. 또한 빛이 차단된 환경에 바퀴벌레를 놓으면 약 24시간 주기로 돌아가는 생체시계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실험들이 생체시계를 확인하려는 연구의 시작이었다.


“영국 태생의 생물학자인 콜린 피텐드리도 뷔닝처럼 일간주기 연구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는 초파리를 항상적 조건에 놓았을 때 초파리의 자유가동 리듬 역시 정확히 24시간이 아님을 발견했다. 그 리듬이 가령 빛과 어둠, 조수, 전자기장이나 우주선(線)의  일간주기 같은 환경 단서에 직접 반응한다면, 모든 종의 시계 주기는 24시간에서 단 몇 초 정도만 빠질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다르다. 생물의 시계 주기는 종에 따라 22시간에서 28시간까지 다양하며, 일출과 일몰 같은 특정한 신호에 의해 동조를 유지한다. 이것만으로도 생물에게는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내생의 시계가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037~038쪽)


2장 벌은 어떻게 시간을 알까

폰 프리슈는 벌이 태양의 궤적과 위치를 기준으로 춤을 추어서 음식이 있는 장소를 동료들에게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벌은 스스로 시간과 거리를 계산해 이러한 정보를 전달한다. 정원솔새는 가을에 남쪽으로 이동할 때 낮 길이의 변화와 같은 외적 단서를 포착해 언제 이동할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정원솔새가 겨울을 보내는 적도 부근의 환경은 변화를 포착하기엔 너무 일정하다. 그렇다면 벌이나 정원솔새의 시간관념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시간에 대한 기억이나 판단이 아니라 생체시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벌을 훈련시키면 특정한 시각에 특정한 냄새를 음식 보상물과 연결시킬 수 있다.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라벤더가 아닌 오렌지 꽃을 먹이와 연결시키도록 훈련시키고 11시에서 12시 사이에는 그 반대로 훈련시키면 벌은 제시간에 올바른 꽃을 선택한다. 벌이 이런 재주를 발휘하는 것은 우리들처럼 태양 주기에 따라 매일 재설정되는 일간주기 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벌은 이 시계를 보고 정해진 시간에 특정한 사건(가령 10시에 오렌지 꽃, 11시에 라벤더)을 떠올린다(Koltermann, 1974). 벌은 시간을 아는 법을 아는 것 같다. 물론 자신이 시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052~053쪽)


3장 진동자, 시계, 모래시계

시계에는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어내는 진동자가 있어야 한다. 일간주기 시계 같은 자립적인 진동자는 규칙적으로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즉 생체시계는 생체리듬으로 측정되는 출력물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 변화에 그 리듬을 연결시키는 재설정 메커니즘을 가진 진동자다. 또한 시계라면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시계가 온도 보상적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일정한 수준으로 돌아와 그 상태에 머물려고 노력하는 항상성 체계와는 달리, 일간주기 시계 같은 자립적인 진동자는 규칙적으로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약간의 정교한 공학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떠나서 유기체의 천연 분자공학에서든 우리 인간의 기계․전기 공학에서든 규칙적이고 자립적인 진동은 시계의 핵심이다. 단순한 생체시계에 필요한 추가사항은 체내 진동을 태양, 달, 별 등의 천문학적 진동에 연결시키는 설정 메커니즘 그리고 그 출력물을 생물학적으로 유용하게 만들어주는 수단뿐이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일간주기 생체시계의 핵심이다. 생체시계는 생체 리듬으로 측정되는 출력물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변화에 그 리듬을 연결시키는 재설정 메커니즘을 가진 진동자다.”(071~072쪽)


4장 자연의 리듬, 몸속의 리듬

생체리듬은 일간리듬의 흐름에 어울리면서 외부 세계의 예측 가능한 규칙성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한다. 음의 피드백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되는 체온은 언제나 설정점 주위를 맴돌지만, 온도 자체가 24시간에 걸쳐 다르게 설정되어 밤에는 떨어지고 낮 동안에는 올라간다. 예를 들어 낙타는 수분을 아끼기 위해 낮에는 인간 기준으로는 위험할 정도로까지 체온을 올리고, 밤이 되면 뚝 떨어뜨린다. 유기체들은 생명활동의 시간을 자신의 환경에 맞추면서 그 흐름에 적응해왔고 그와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상대 선수의 힘을 역이용하는 유도 선수처럼 유기체들은 자신의 환경에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 환경의 자연적인 리듬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야생의 동물이나 식물이 규칙적인 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 그 조건들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다. 그래서 조만간 동이 틀 것을 아는 새는 최초의 빛에 대해 생리적으로 준비를 할 것이다. 생화학 작용이 한낮의 필요 사항에 응할 수 있도록 활성화되려면 그 새는 새벽을 예상해야 한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잡는 것은 이와 같이 더 좋은 시간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일간주기 리듬은 하루의 긴급한 일들을 예상하게 해주는 필수적인 시간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101쪽)


5장 시계를 찾아라

5장은 존재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아직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생체시계를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수십 년간에 걸친 노력을 소개하고 있다. 리히터는 쥐를 통한 실험으로 그 시계가 뇌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970년 초에 프레드릭 스테판은 시상하부 전부를 손상시키는 방법을 통해 시교차상핵(SCN)이라 불리는 작은 세포덩어리를 발견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SCN을 다른 생물에 이식했더니 이전 생물의 리듬이 유지되었다. SCN이 일간주기 체계의 시간조절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이 마침내 밝혀진 것이다.


“랠프와 메너커 그리고 두 사람의 동료인 러셀 포스터와 프레드 데이비스는 먼저 정상적인 햄스터의 SCN을 파괴해서 리듬을 불규칙하게 만든 다음 타우 변이 햄스터 태아들의 SCN을 그 정상 유형의 햄스터들에게 이식했다. 그 결과 모든 쥐들이 리듬을 회복했는데 그 주기는 20.2시간에 가까웠다. 또한 정반대로 정상 햄스터의 SCN을 변이 햄스터에게 이식하는 실험도 행해졌으며 이 경우도 기증자 햄스터의 주기로 회복되었다. 이 주기적 특이성은 아무리 의심 많은 회의론자라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명백한 증거였다. 이로써 SCN에는 일간주기 진동자가 들어 있다는 가설은 사실임이 입증되었다(Ralph 외, 1990).”(124쪽)

 

6장 빛과 시계

6장은 체내의 시계 메커니즘을 태양과 별들의 외부 주기에 동조시키는 시교차상핵에 빛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빛은 자유가동 리듬을 24시간 사이클 쪽으로 밀거나 당겨 동물의 활동을 일출이나 일몰에 맞춘다. 빛은 시계의 태엽과 같은 역할을 하고, 다시 말해 생체시계는 빛 신호에 의해 재설정되는 것이다. 이 빛을 SCN과 연결하는 경로를 찾기 위해 많은 실험이 진행되었는데, 마침내 눈 속에 간상세포와 원추세포 외에 독립된 신경경로를 가진 제3의 신비한 광수용체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것이 SCN을 외부세계와 연결한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포유동물의 경우 동조를 위한 광수용체가 눈 속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일을 하는 것은 간상세포도 원추세포도 아니다. 눈에는 다른 광수용체가 존재한다. 그 특별한 광수용체가 확인된 것은 러셀 포스터의 연구소에서 10년이 넘게 진행된 일련의 실험을 통해서였다. 연구팀은 먼저 쥐 눈의 간상세포와 원추세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전적 장애를 관찰했다. 그들의 실험 계획은 광수용체(간상세포 및 원추세포)를 상실했을 때 일간주기 체계의 감광성이 어떻게 되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연구한 최초의 돌연변이 쥐들은 모든 간상세포와 대부분의 원추세포를 갖지 못하고 태어난 쥐들이었다. 망막퇴화 종 또는 rd/rd라고 알려진 그 돌연변이 쥐들은 시각적으로 장님이었다. 그러나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를(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잃어버렸음에도 그 쥐들은 빛에 대해 정상적인 일간주기 반응을 보였다.” (148쪽)


7장 분자시계-단백질의‘똑’, RNA의‘딱’

시모어 벤저와 로널드 코놉카는 드로소필라 돌연변이 이용한 실험으로 단일 유전자가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냈다. 그들은 드로소필라의 우화 시간이 그들이 ‘주기유전자’(period gene)라고 명명한 유전자에서 비롯되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는 모든 종을 통틀어 처음으로 시계유전자가 발견된 실험이었다. 생물체의 분자시계를 해독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분자시계라는 숲은 분명히 보이지만 그 숲은 아직 안개에 싸여 있는 실정이다.


“1994년에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의 조셉 다카하시와 래리 핀토는 쥐 연구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으로 기록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시모어 벤저가 시작했던 드로소필라 연구에서처럼, 그들도 쥐를 돌연변이 유발 요인에 노출시킨 다음 돌연변이 쥐의 자손들을 관찰하면서 비정상적인 일간주기를 연구했다. 쥐에 비해 드로소필라 초파리는 신속하고 다량으로 번식할 뿐 아니라, 적은 공간을 차지하고, 관리하기도 쉬웠기 때문에, 지난 수백 년 동안 최고의 실험 재료로 대접받았다. 드로소필라에 대한 연구 방식을 쥐에게 적용한다면 비용과 시간이 최소 100배 이상 증가한다. 타카하시와 핀토는 몇 천 마리의 쥐를 선별할 수 있는 예산을 세웠지만, 불과 25마리를 선별한 후에 긴 일간주기를 가진 돌연변이 쥐를 발견했다. 그들은 그 돌연변이 유전자에 Circadian Locomotor Output Cycles Kaput(일간주기 운동 출력 사이클이 파손된 유전자)라는 다소 복잡한 이름을 붙였는데, 약자로는 Clock이었다. 이로써 포유동물의 시계 유전자가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Vitaterna 외, 1994).”(175~176쪽)


8장 스타 탄생과 시계들의 연합

일간주기 리듬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리듬을 만들어내는 기본 메커니즘은 생물계를 통틀어 거의 동일하다. 예를 들어 새는 눈 속에 시계가 있고, 투구게 리물루스(Limulus)는 꼬리에 광수용체가 있지만, 서로 공통된 패턴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척추동물의 일간주기 진동자는 포유동물의 SCN이나 새의 송과체처럼 중추신경계의 개별 부위 안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신경조직이 아닌 다양한 조직들이 SCN과 분리된 후에도 일간주기 리듬을 표현한다는 사실이 수많은 실험들을 통해서 입증되었다.


“참새에게서 망막을 분리하면 일간주기 리듬에 따라 망막에서 멜라토닌이 생산된다. 참새의 눈에도 독립적인 시계가 있는 것이다! 이 주기적인 멜라토닌도 혈관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멜라토닌은 일간주기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입증되었으므로 이것 역시 참새의 전체적인 일간주기 체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새들에게도 망막과 SCN을 연결하는 망막시상하부 경로가 있다. 눈은 또한 교감신경계의 입력신호에 따라 SCN이 만들어 보내는 정보를 받는다. 따라서 SCN은 눈의 리듬을 주기적으로 조절하고 그런 다음 SCN에 주기적 신호를 돌려보내는 회로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 빈센트 캐손과 마이클 메너커는 참새 연구로 밝혀진 사실들에 기초하여 새의 일간주기 구성을 보여주는 모델을 만들고 ‘조류 신경내분비 회로’란 이름을 붙였다.”(200쪽)


9장 계절의 변화와 생체 리듬

일간주기 리듬 외에도 생명체들은 이동, 동면, 번식 같은 6개월 및 1년 주기 행동들을 보여준다. 미리 계절의 변화를 예상하고 그에 따라 번식 이동 등을 수행하는 것이 생존에 가장 이롭기 때문에 이렇게 진화한 것이다. SCN이 파괴된 포유동물은 더 이상 낮 길이의 변화를 이용해 번식을 조절하지 못한다. 이것은 일간주기 체계와 광주기 시간 측정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SCN은 송과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조절함으로써 낮 길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브루스 골드먼과 그의 동료들은 몇 마리의 햄스터에게서 송과체를 제거한 다음, 햄스터들을 일정한 밝기의 희미한 빛에 놓아두고 두 집단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한 집단의 혈액에는 겨울에 해당하는 멜라토닌을 주입했고(장기 주입), 다른 집단의 혈액에는 봄이나 여름에 해당하는 멜라토닌을 주입했다(단기 주입). 봄이나 여름 패턴으로 멜라토닌이 주입된 햄스터들은 활발한 생식 활동을 보인 반면, 겨울 패턴의 멜라토닌은 번식을 자극하지 않았다(Goldman 외, 1984). 프레드 카시와 낸시 웨인은 단일 번식 동물(단일식물처럼 낮이 짧고 밤의 길이가 일정시간보다 길어지면 번식을 하는 동물: 옮긴이)인 암컷 양을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실시하여, 이 경우는 겨울 패턴의 멜라토닌이 번식을 자극하고 봄 패턴에서는 무반응이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Wayne 외, 1988). 따라서 빛이나 어둠이 광유도 위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멜라토닌의 존재 또는 부재가 밤의 길이를 알리고 그럼으로써 광주기 반응을 조절한다고 볼 수 있다.”(224~225쪽)


10장 생체시계의 진화

생물의 진화와 발맞추어 생체시계도 진화해왔다. 30억 년 이상 존재해왔을 것으로 보이는 일간주기 체계들은 생물계 전체에 퍼져 있다. 이에 따라 일간주기 리듬이 성공적인 번식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실험들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한편 일간주기 리듬의 진화 과정에서 생체시계들은 여러 독립된 경로로 발전해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예로 린 로스차일드는 자외선이 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주장하며, 린 마굴리스는 ‘세포내공생이론’으로 생체시계의 진화를 설명한다.


“만일 초기의 시아노박테리아가 시간 조절 메커니즘을 이용해 UV로 인한 DNA 손상을 줄일 수 있었다면, 그 메커니즘은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유기체에 의해 선택되고 보존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존층 덕분에 오늘날의 지구는 막강한 UV-C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지만, 세포분열에 해를 입히는 UV-B는 오존층을 관통한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 햇빛에 노출되어 있는 세포들은 세포분열(유사분열) 시간을 밤에 국한시킨다. 핵을 가진 단세포 조류인 클라미도모나스는 DNA가 손상을 입기 쉬운 세포분열 시간을 UV가 약화된 늦은 오후와 저녁 시간에 맞춘다. 만일 진화가 아주 간단한 과정이라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다. ‘옛날 옛적 진화의 역사가 시작되던 시절에 UV 손상과 시간적 조율이라는 두 선택 압력의 결합으로 단순한 유기체의 몸속에 일간주기 시계가 생겨났다. 그 시계는 아주 유용하고 중요했으므로 새로운 종들과 문들이 발생하는 기나긴 진화사 동안에 계속 보존되었다.’”(260~261쪽)



11장 수면/기상의 메커니즘

체이슬러는 인간의 생체리듬을 알아보기 위해 피실험자들의 빛과 어둠을 통제하는 실험을 했다. 한 달간에 걸친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평균 24시간 11분 주기의 자유가동 일간주기 리듬을 보였다. 이처럼 인간은 24시간보다 약간 긴 라유가동 주기를 지니고 있다. 인간을 이 자유가동 리듬에서 벗어난 주기에 놓으면 멜라토닌 리듬의 위상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난다. 일간주기가 수면/기상 사이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는 수면과 각성 이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24시간 단위의 주기적 행동을 보여주는 개별 곡선 즉 시간형(chronotype)이 있다. 그 곡선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아침에 가장 활발한 종달새형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늦은 시간대를 좋아하는 올빼미형이다. 종달새형은 주로 나이가 많은 반면, 대학생을 비롯한 20대들은 올빼미 성향으로 악명이 높다. 종달새형은 정오경에 주의력이 가장 높고, 늦은 아침에 일을 가장 잘 하며, 오전 9시경에서 오후 4시경 사이에 친근하고 쾌활하고 말을 잘한다. 반면에 올빼미형은 오후가 될 때까지 멍하게 지내다가 그 이후에 (대학생에 대한 모순어법이 아니라면) 쾌활해지고 오후 6시경에 경계심이 가장 높다.”(284쪽)


12장 교대 근무의 그늘

우리 몸은 점점 자연의 주기로부터 멀어지고 있지만, 우리의 일간주기 속도조정자는 계절에 따른 낮 길이의 변화를 여전히 감지하고 있다. 가을이나 겨울에 발생하는 계절성정서장애(SAD)는 일간주기와 관련이 있으며, 정신분열증 환자와 양극성장애도 일간주기의 결함과 관련된 증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교대 근무도 마찬가지이다. 장기간에 걸친 교대 근무 시차증은 비행으로 인한 시차증보다 훨씬 심각한 증세를 보인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현재는 인공적으로 햇볕을 쬐게 하거나 화학적 치료제인 멜라토닌을 이용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계절성정서장애(SAD)는 적도 아프리카를 떠나 계절이 구분되는 고위도로 이주한 초기 원인(原人)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일종의 퇴화한 특질일 수 있다. 겨울이 시작되어 식량과 빛이 크게 부족해지고 그에 따라 세로토닌같이 기분을 좌우하는 신경호르몬의 수치가 떨어지면 고위도의 원인들은 반(半)최면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SAD 환자들의 전형적인 나태함은 동면하는 동물들의 에너지 절감과 유사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봄철에 식량과 빛의 양이 증가하면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가고 음식과 섹스 욕구도 불이 붙는다(Magnusson & Boivin, 2003). 현대인은 겨울철에 나태해질 여유가 없기 때문에 SAD는 옛날처럼 유익한 특질이 아니라 장애로 전락했다.”(305쪽)


13장 투약 시간과 치료 효과

시간치료법이란 생명 리듬을 이용한 치료법이다. 동일한 약이라도 투약 시간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간주기 리듬에 맞춰 약물을 투약하면 암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많은 증거가 보고되었다. 그러나 아직 시간생물학에 따른 치료법이 널리 알려지지는 못한 실정이다. 암 외에 다른 질병과 증상들도 시간치료법에 의해 호전될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모든 경우에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앞으로 많은 연구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인 천식 검사법 중에는 기도(氣道) 기능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기도의 기능은 아침보다 오후에 높다. 따라서 이른 아침에 진찰을 받으면 병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반면에 똑같은 사람이 오후에 진찰을 받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환자와 의사와 질병은 같은데 단지 시간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투약을 가장 효과적인 시간에 하는 것은 상식처럼 보인다(Elliott, 2001).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환자의 생리적, 생화학적 변화와 맞물리도록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주로 효과보다는 순응도(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정도: 옮긴이)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약을 처방한다. 대부분의 처방은 안정적인 약물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제약회사가 복용량과 독성 수치를 적절히 차감했기 때문에 약효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하에서 이루어진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는 논쟁의 여지가 큰 문제다.”(324쪽)


14장 유크로니아인가 디스크로니아인가

미국 국방부에서는 7일 내내 24시간 싸울 수 있는 전사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군대는 포클랜드전쟁에서 잠을 쫓기 위해 흥분제를 사용했고, 프랑스정부는 걸프전쟁 때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모다피닐을 사용했다.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일간주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는 유크로니아(理想時) 사회가 될 수도 디스크로니아(反理想時)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그 기로에 서 있다.


“1880년대에 처음으로 전등이 가정에 설치된 이래로 우리는 자연적인 빛 환경을 눈에 띄게 변화시켰고, E. O. 윌슨의 표현대로 ‘자연선택을 해제’시켜왔다. 오늘날 노동 인구의 20퍼센트 이상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는 정상적인 노동일에서 최소한 일부라도 어긋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정상적인 일간주기 패턴에서 벗어난 생활은 건강을 위협하는 분명한 요소들을 품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우리는 일간주기 리듬의 분자 메커니즘에 관한 지식을 이용해 ‘24/7’ 세계의 생물학적 피해를 완화시킬 수 있다. 이것은 약물, 빛, 또는 작업 환경의 조작을 통해 가능하다.”(362~363쪽)


목차

차례


머리말 서문 1장 몸 안의 하루와 몸 밖의 하루 2장 벌은 어떻게 시간을 알까

3장 진동자, 시계, 모래시계 4장 자연의 리듬, 몸속의 리듬 5장 시계를 찾아라

6장 빛과 시계 7장 분자시계-단백질의 ‘똑’, RNA의 ‘딱’

8장 스타 탄생과 시계들의 연합 9장 계절의 변화와 생체 리듬

10장 생체시계의 진화 11장 수면/기상의 메커니즘 12장 교대 근무의 그늘

13장 투약 시간과 치료 효과 14장 유크로니아인가 디스크로니아인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용어해설 부록I 부록II 참고문헌 찾아보기



미디어 리뷰 및 추천사


“우리의 시간관념을 바꿔놓을, 24시간 주기리듬에 관한 놀랍도록 명료하고 매혹적인 탐구!”

―《뉴 사이언티스트》


“생물학 분야의 자극적인 주제에 대한 놀랄 만큼 명료하고 효율적이며 포괄적인 해설”

―《사이언스》


“매혹적인 정보의 보고이자 절대 지식 그 자체.” ―《인디펜던트》


“포스터는 독자를 매혹적인 여행으로 이끄는 개척자다. 생체 시계에 대한 그의 심오한 지식은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네이처》


“시간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술적이면서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책이다.”

―루이스 월퍼트(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교수)


“러셀 포스터와 레온 크라이츠먼은 쉽고도 풍부한 정보를 담은 이 책을 통해 고대로부터 내려온 생체 시계들이 우리 인간을 비롯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얼마나 중요하며 어떤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스티븐 로즈(영국 오픈 유니버시티 교수)


“일간주기 연구의 매력은 분자생물학에서 정신의학까지, 생태학에서 교대근무제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학제 간 협동에 있다.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결코 생체시계라는 기초적인 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의 모든 행간에는 그 같은 매력이 담겨 있어서 각양각색의 배경들이 독자들의 영감을 자극할 것이다.” ―틸 뢰네베르크(뮌헨대학교 교수)


“포스터와 크라이츠먼은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일간주기 체계와 그 의학적 중요성을 새롭고 색다른 방식으로 다루면서 새로운 관점들과 중요한 통찰들을 보여준다. 독자를 즐거움으로 인도하는 책이다.” ―J. 우드랜드 헤이스팅스(하버드대학교 분자세포생물학 교수)



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러셀 포스터 Russell Foster지은이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의학부의 분자신경과학 교수이자 학장으로, 일간주기 리듬 연구의 국제적 권위자다. 브리스틀 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생체시계를 연구했다. 우주여행을 위해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NASA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국립과학재단 생체리듬센터 수석회원이며, 코건상, 혼마상 등을 수상했다.


레온 크라이츠먼 Leon Kreitzman 지은이

작가 및 방송인이자 주요한 미래학자다. 브리스틀 대학에서 생화학을 공부하고 런던 정치경제대학 LSE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적 기업체들의 광고와 마케팅 활동을 했고,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파이낸셜 타임스》 등 영국의 주요 일간지와 잡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으며, BBC, 채널4 등 방송 매체의 단골 패널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24시간 사회』 등이 있다.


김한영 옮긴이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과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빈 서판』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언어본능』『이머전스』『디지털생물학』『에필로그』『젊은 아인슈타인의 초상』『컴플렉소노믹스』 등이 있다.

저자
부록/예제소스
정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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