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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무늬
[ 소설가 오정희, 60 문턱에서 돌아본‘나의 문학과 인생 이야기’ ] 이 책은 소...
ISBN 89-90729-81-5
저자 오정희
발행일 2006-01-05
분량 248쪽
편집 단도(양장본)
판형 신국판변형(152 * 210)
개정판정보 2006년 1월 5일(초판 1쇄 발행)
정가 9,500원↓
판매가 8,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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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 책에 대해서

 

 

[ 소설가 오정희, 60 문턱에서 돌아본‘나의 문학과 인생 이야기’ ]

이 책은 소설가이자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서 문학과 생활 사이에서 눈물겹게 투쟁해온 작가 오정희의 인간적 면모가 오롯이 담긴 산문집이다. 철두철미 소설로만 존재하기를, 소설로만 살기를 꿈꾸는 소설주의자가 산문집을 냈다는 것도 화젯거리이지만, 그처럼 사생활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내보였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다. 그도 이제 자신에 대한 엄격한 시선을 거두고 너그러워진 것일까.

어느덧 그의 나이, 예순이다. 예순이란 이순(耳順),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되는 나이이다. 그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담담하게 지난날을 관조하면서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넌지시 되묻는다.

책 속에서 작가는 글쓰기만이 자신의 남루한 삶을 구원해주리라는 기대와 희망에 한껏 들떠 있었던 문학소녀 시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없으면서도 시간을 쪼개 창작에 매달렸던 삼십대 시절,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다시 얻게 된 자유와 고독 사이에서 방황한 중년 이후의 삶을 섬세하고도 담백하게 펼쳐낸다. 아홉 살 때 고아가 되고 싶어서 가출했던 이야기, 커피보다 우유를 좋아하는 남자가 싫어 결혼을 포기했던 이야기, 밥 짓기 싫어 남몰래 눈물 흘렸던 이야기, 10년 가까이 절필 상태에 있었던 말 못할 속사정 등은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1장(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나이 들면서 새롭게 바라보게 된 세상과 마음의 풍경을, 2장(봄내에서 보내는 편지)에서는 제2의 고향인 춘천에서 30여 년 동안 생활하면서 느낀 감상을 들려준다. 3장(바람과의 대화)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지배해온 '바람'의 테마를 대화 형식을 빌려 얘기한다. 4장(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에서는 자신의 문학관과 창작의 비밀을 정리했으며, 5장(그리운 사람들)에서는 김동리, 이문구, 김병익 등 작가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문인들에 얽힌 추억을 담아냈다.

한 비범한 작가의 문학적 비밀을 보여주는 자전인 동시에, 지난한 삶의 여정을 반추케 하는 탁월한 인생론으로서 근자에 이만한 책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출판사 서평


 

"한국 여성이 빚어낼 수 있는 가장 슬프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언어의 비창"이라는 찬사 속에 박완서와 함께 한국 최고의 여성 소설가로 군림해온 오정희가 오랜 침묵을 깨고 펴낸 신작 산문집.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오정희'라는 이름 석 자가 갖는 의미는 아주 특별하다. 오정희는 내면 지향적 주제의식과 문체미학으로 신경숙, 전경린, 조경란, 하성란, 윤성희 등 수많은 후배 소설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신경숙은 자전적 소설인 『외딴방』에서 자신이 오정희로부터 많은 것을 빚지고 있음을 솔직히 털어놓은 바 있다. 공지영은 고등학생 시절 오정희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춘천행 버스를 탈 만큼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오정희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자, 넘어야 할 높은 고개였다.

그러나 그도 흘러가는 세월, 들어가는 나이의 무게를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그는 깊은 침묵을 지켜왔다. 1998년 《작가세계》에 단편소설 <얼굴>을 발표한 이후, 6년 만인 2004년 《문학과사회》에 장편소설 <목련꽃 피는 날> 연재를 시작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2회 만에 중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차츰 주위에서 그를 걱정하는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스로 '소설노동자'임을 자처해온 그로서는 당연하게도 그 와중에 극심한 내적 갈등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내 마음의 무늬』는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책이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제 '즐거움'이나 '행복'이라는 단어를 덧붙이려 한다. 글쓰기의 즐거움! 글쓰기의 행복! 글쓰기의 황홀!" 즉 지난날의 문학과 삶을 총결산하는 회고록이자 제2의 문학인생을 시작하겠다는 재기 선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오정희 작품 세계에 대한 평가


 

가장 친숙하고 가장 일상적인 범속함 속에서 문득 낯설고 섬뜩한 것을 포착하는 데는 오정희를 따를 사람이 없다.
- 김화영(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그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스무 살 때였다. 그가 섬광 같았다. 그의 눈으로 포착되는 사물들이 내뿜는 비의가 나를 확 끌어당겼다. 나도 그처럼 되리라, 생각했다. (……) 그는 스무 살 이후로 내 마음에 박힌 푸른 보석이었다.
- 신경숙(소설가), 『외딴방』 중에서 

 

일상적인 사소한 이야기 가운데서 생의 진실한 공감을 캐내는 그의 기법은, 마법사가 낡은 빈 모자 속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것만큼이나 경이롭다.
- 이어령(문학평론가, 중앙일보 고문)

 

오정희의 세계는,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이 존재 세계의 영원한 비밀, 그것의 무한한 은폐와 완강한 함구, 격렬한 적의와 철저한 절망을 그 자체로 내포하고 있다.
- 김병익(문학평론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그녀의 소설을 일러 한국 여성이 빚어낼 수 있는 가장 슬프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언어의 비창이라 부른다 해도 그리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 우찬제(문학평론가, 서강대 교수)

 

그의 소설들은 나에게 '소설이란 무엇인가' 혹은 '문장론', '소설 작법' 같은 교재였으며, 얼굴 없는 가혹한 선생이었다.
- 조경란(소설가)

 

 


책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다 설핏 들었던 잠인데 누군가 가만가만 흔들어 깨우듯 눈이 떠진다. 보름 갓 지난 달빛이 방 안 가득 밀려들어와 있다.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남편의 얼굴을 무연히 바라본다. 근 삼십 년을 보아온, 잠든 얼굴은 깊이 주름지고 무구하고 친숙하고, 그래서 가슴 아프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다시 노년으로 접어드는 세월을 함께 아이를 낳고 기르며 애증과 고락을 나누며 살아왔다는 것이 불가해한 신비로 느껴지기도 한다. 자연의 섭리, 생명 가진 것들의 질서에 충실하여 후손을 낳고 떠나보내고 순하게 소멸해가는 것이 기쁘고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본문 14쪽)

 

팔십 세를 훨씬 넘기신 어머니는 간혹 한숨을 쉬시며 살아온 날들이 한바탕 꿈 같다거나 사는 일이 어린아이들의 소꿉놀이와 다를 바 없다고 말씀하신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엄마 노릇 아빠 노릇 아기 노릇을 하고 밥 먹고 잠자고 일하는 시늉을 하다가 해 저물고 어두워져 '아무개야, 그만 놀고 들어와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소꿉놀이 살림살이를 놀던 그대로 두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듯이, 이 세상에서 사는 일도 마찬가지로 한바탕 펼쳐놓고 살다가 어느 날 누군가의 부름에 놀던 것, 지녔던 것들을 그대로 놓아두고 황황히 떠나가게 되는 것이라는 뜻일 게다. (본문 31쪽)

 

저녁쌀을 씻다가 눈을 들어 창밖을 보면 노을에 잠기는 산의 능선과 숲을 지나가는 흰 새의 모습이 말할 수 없이 비의적으로 신비하게 닿아 오고 나는 인생에 대한 어떤 막연한 슬픔으로 가슴이 메어오곤 했다. 무엇이든 시작하기에도 포기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나름대로 규정했던 삼십대의 고비들을 어렵게 불안하게 넘기며 밥하기 싫어서, 그리고 인생이 이렇게 지나가는가 하는 절망감 때문에 옷소매로 눈물을 훔친 때도 있었는가 하면 끊임없이 음식 만들기와 청소에 매달리며 공허감과 싸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에 그토록 목말라했고 일상적 생활공간과 창조적 공간의 상충하는 성질에 대한 토로가 그토록 도도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집 부엌에 대한 기억은 정답고 소중하다. 조리대와 나란히 놓인 책상에서 글을 쓰면서 밥 짓기와 글쓰기가 결코 생각처럼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 문학이라든가 창조적 생활이란 저 멀리서 나부끼는 깃발이 아니라 지금, 여기, 발 딛고 있는 자리를 굳건한 터전 삼아 발아하는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본문 87쪽)

 

여담입니다만 얼마 전에 화장품 회사 사장님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제게 물으셨습니다.
"요즘은 어떤 걸 쓰고 계십니까?"
"제대로 쓰기나 하나요."
"그래도 열심히 쓰셔야죠. 이제 나이도 있으시니. 얼마큼 관심을 갖고 성의를 갖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가 납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그러게 말예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다고……."
"이런 거 부지런히 쓰세요. 봄철에 자칫 방심하면 피부가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그분이 주시는 화장품을 받으면서 비로소 저는 그분은 화장품 얘기를 하시고 저는 글 쓰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매일매일 수많은 물건들을 쓰고 도구를 사용하는 제게 '쓰기'란 단지 '글쓰기'만을 뜻하는 것이었으니 참 깊고 오랜 중독이구나, 더 이상 도망갈 길이 없구나 싶어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자기가 가진 창을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한다는 것, 새들은 저마다 제 이름을 부르며 노래한다는 것 등을 떠올리면서 동문서답의 아이러니, 그 기묘한 소통에, 문학을 통해 자랐고 배웠고 살아가려는 저 또한 어느 면의 눈먼 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본문 174∼175쪽)

 

 


저 자  : 오정희(吳貞姬)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대학 2학년 때인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79년 <저녁의 게임>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박완서 등과 더불어 한국 최고의 여성 소설가로 군림했다. 2003년에는 독일에서 번역 출간된 『새』로 독일의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해외에서 한국인이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서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사에서 매우 의미 깊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0년대 말 모 일간지에서 문학평론가 33인을 대상으로 '한국문학 50년 최고의 작품 50'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황순원, 이문열 등과 함께 가장 많은 3개의 작품(<유년의 뜰><동경><저녁의 게임>)이 선정될 만큼 그의 문학사적 위치는 독보적이다. 특히 그는 내면 지향적인 주제의식과 문체미학으로 신경숙, 전경린, 조경란, 하성란, 윤성희 등 수많은 후배 소설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글은 소설 미학의 전범을 따라 배울 수 있는 '교과서'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창작집 『불의 강』『유년의 뜰』『바람의 넋』『불꽃놀이』, 장편소설 『새』, 동화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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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 차

 

 

1장_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이 드는 일 / 귀로 / 시간의 얼굴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2장_ 봄내에서 보내는 편지
깃들면서, 길들여지지 않으면서 / 밤의 순례 / 어느 날의 저녁 풍경 / 낙엽을 태우며 / 부엌 이야기 / 커피 이야기

 

3장_ 바람과의 대화
<바람의 넋>의 은수 씨에게 / 필담 1 / 필담 2 / 필담 3 / 옛 시인을 기리며

 

4장_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소설 쓰기, 소설 짓기 / 나의 문학과 생활 / 내 안에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 / 한국문학의 번역에 대해

 

5장_ 그리운 사람들
김동리 선생님 / 이문구 선생님 / 김병익 선생님 / 시는 말씀의 절 / 어린 날의 스승께

 

 


저자
부록/예제소스
정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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