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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망제비꽃
\"나는 이런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심을 예전에는 마주해본 적이 없다.\"- 문태준(시...
ISBN 89-90729-71-8
저자 이윤학
발행일 2005-11-05
그림 유기훈
분량 212쪽
편집 단도(양장본)
판형 127*187
개정판정보 2005년 11월 5일(초판 1쇄 발행)
정가 9,500원↓
판매가 8,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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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 책에 대해서

"나는 이런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심을 예전에는 마주해본 적이 없다."
- 문태준(시인, 2005년 미당문학상 수상) -

[ 세월의 강 저편에 두고 온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사춘기의 추억 ]

이 책은 상처를 가진 모든 존재를 쓰다듬는 '따스한 미학'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이윤학의 첫 번째 소설이다. 시인이 소설을 쓴다는 것이 이젠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1990년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시 창작에만 전념해온 그에게 『졸망제비꽃』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문학소년 시절의 꿈을 비로소 이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소설의 무대인 충청도 시골 마을 미봉리(美峯理)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이자 우화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똥산씨라는 미친 여자가 있다. 매일 산에서 똥을 싼다고 해서 '똥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그녀는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정신병원 또는 수용시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유령 같은 존재다. 똥산씨는 포대기를 허리에 두른 채 집도 없이 산에서 먹고 잔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온갖 천대에도 아랑곳없이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여기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시골로 내려온 유란이, 유란이를 짝사랑하는 천덕꾸러기 소년 기덕이 등이 어울리면서 모자이크 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목차

목 차

똥산씨
문희수 선생님
미봉산

만득이 아저씨
개구리 알
민들레
피난
산불
보따리
미꾸라지 해부
타조
삼륜차
오이꽃버섯
비밀
토마토
보창
오이풀
서울고모
삐라
쌍둥이 할아버지

왕텡이
삼총사
개울물
건빵
임신
두꺼비집
연탄
지게
종소리

눈길
새끼노루
졸망제비꽃


출판사 서평

작가는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여운이 물씬 풍기는 문체로 우리가 멀리 떠나온 옛 시절의 풍경을 오롯이 되살려낸다. 그를 통해 우리가 세파에 찌들려 잃고 살아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작품의 표제로 쓰인 '졸망제비꽃'은 있는 듯 없는 듯 겨우 존재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거나 무시하기 쉽지만, 저 홀로 꿋꿋하고 아름다운 존재(똥산씨)를 상징한다. 또한 똥산씨의 트레이드마크인 '웃음'은 순수한 웃음이 사라진 현대인의 세계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 웃음을 들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네. 현대인들은 가끔 그런 웃음을 웃곤 하네. 욕심이 많아 웃음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웃음이 많은 사람은 여유가 있는 사람일 걸세."

그러나 『졸망제비꽃』을 단순히 '그때가 좋았지' 식의 정서에 안이하게 기대는 복고풍 소설로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남모를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똥산씨는 유독 아기 이불과 포대기에 집착하는데, 그를 통해 우리는 그녀가 아이에 관련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음을 유추하게 된다. 유란이는 노다지 발견의 꿈에 미친 아버지와 쌀쌀맞은 새엄마 밑에서 괴로워하며 자꾸만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한다. 기덕이 역시 가난에 찌들 대로 찌든, 꿈이라곤 꿔볼 수 없는 고향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들이 서로 연민의 정을 나누며 어울리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작가가 정성들여 살려내고자 하는 것은 단지 순수했던, 행복했던 옛 시절의 추억이 아니다. 소설을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사춘기의 신열이다. 소소한 것들에도 쉽게 다치고 힘들어하며 뭔가 다른 삶을 꿈꾸게 되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기덕이와 유란이는 불가해한 세계의 또 다른 국면으로 진입한다. 그로써 읽는 이 역시 다소 쓸쓸하고 우울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사춘기의 세계를 재체험하게 된다. 『졸망제비꽃』이 한 편의 빼어난 성장소설로 읽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똥산씨와 유란이와 기덕이가 엮어내는 이야기는 식을 대로 식은, 딱딱해질 대로 딱딱해진 우리네 가슴에 제비꽃처럼 잔잔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겨줄 것이다.


추천의 글..,

미친 듯 보이지만 젖내 나는 아기 옷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똥산이. 버들가지를 두고 솜사탕이냐고 묻는 서울 출신의 유란이. 힘이 장사인 만득이 아저씨. 그리고 예방접종을 하다가 주삿바늘을 꽂은 채 바다까지 도망치는 겁 많은 기덕이. 이 모두는 아스라한 추억을 담고 있는 낙엽처럼 우리들의 가슴에 다가온다. 『졸망제비꽃』은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삶의 흔적을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툭 내던진다. 그래서인지 "미봉산 어딘가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얼음이 있을 것"이라는 문장은 조용히 우리를 흔들어 깨우며, 문득 옛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픈 생각이 들게 한다.
- 박성원(소설가) -

『졸망제비꽃』을 읽는 동안 나는 하얀 민들레꽃이 만발한 작은 동산에 앉아 있는 듯했다. 이윤학 시인은 『졸망제비꽃』을 통해 가만히 우리에게 "손안에서 비빈 오이풀" 냄새를 맡게 해준다. 글 곳곳에 오이 냄새가 난다. 글이 여린 새순 같고 붉은 꽃잎 같고 풀벌레 소리 같고 세상으로 처음 내려온 숫눈 같다. 나는 주인공 기덕이를 따라 명감 열매를 따러 가고 싶다. 물보라에서 피어나는 작은 무지개를 만져보고 싶다. 염소를 매러 가고 푸른 바다로 가 김을 뜯고 싶다. 기덕이 뒤만 졸졸 따라가면 내 두 볼에도 보조개가 생겨날 것이다. 똥산이 아줌마의 무덤가에 졸망제비꽃을 심어주는 장면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나는 이런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심을 예전에는 마주해본 적이 없다.
- 문태준(시인) -


책 속으로...

"자네들도 기억하지? 똥산이?"
"그럼요."
"그 사람,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 그 웃음을 들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네. 현대인들은 가끔 그런 웃음을 웃곤 하네. 욕심이 많아 웃음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웃음이 많은 사람은 여유가 있는 사람일 걸세." (본문 20쪽)

30촉 전등이 유란이네 집 마루에서 그네를 타는 걸 보면, 나는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형형색색 금줄이 뽑혀 나와 내게로만 몰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전깃불만 보고 있어도 부자가 되었다. 헛생각을 많이 하면 가난뱅이로 산다는 할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넌 가난하게 살면 안 된다. 어서 커서 서울로 가라. 셋째고모처럼 부자가 되어야 한다."
나는 가난이 창피해 견딜 수 없었다. 이제는 학교에 쫄장게나 밴댕이젓, 새우젓, 고추장 반찬을 싸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누구에게 들킬까 두려웠다. 그런 마음까지 들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본문 41쪽)

아줌마는 왜, 매일 웃고 다녀? 사람들은 가끔씩 웃는데, 아줌마는 매일 웃으니까 이상하잖아. 이 세상에서 아줌마처럼 행복한 사람은 없을 거야. 아줌마는 옛날을 잊었기 때문에 행복해? 아줌마에게는 매일 같은 날만 계속돼서 행복해? 사람들은 아줌마를 미쳤다고 하는데 나는 아줌마가 미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아줌마가 미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미친 게 아닌가 생각해." (본문 155쪽)

"우리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래. 아주 가끔씩, 그것도 잠깐씩만 웃곤 해. 그런데 아줌마는 언제나 웃음을 그치지 않지. 사람들은 욕심이 많기 때문일까.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웃음을 잃어버렸을까. 아줌마를 보면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아. 서울 살 때는 아빠가 하시는 일이 잘 풀려 가족이 행복했는데, 이제는 행복한 모습을 잃어버렸어. 아줌마는 지난날이 불행했을 텐데도, 그리고 앞으로도 불행할 텐데, 어째서 행복한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아." (본문 156쪽)
 
나는 유란이를 옆자리에 앉히고 행복하게 살아갈 날을 꿈꾸었다. 그러나 나는 금세 자신이 없어졌다. 유란이가 순순히 따라줄 리 없었다. 고 계집애가 순순히 따라줄 리 없었다. 내 마음은 어둑어둑해졌다. 구석구석에 별이 뜨고 있었다. 이 세상은, 아니 이 지구는, 컴컴한 별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이런 궁색한 별에서 그것도 차도 잘 다니지 않는 깡촌에서 태어난 내 운명이 서글퍼졌다.
나는 유란이를 중심으로 도는 이름도 갖지 못한 무수한 행성 중 하나에 불과했다. 나는 유란이네 집 마루에 내걸린 불빛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저녁을 먹고 있을 유란이를 생각해보았다. 내 가슴은 딱딱하게 굳어가는 봉지 뜯긴 찰흙이었다. (본문 170쪽)

"이제 똥산이 아줌마는 배고프지 않겠네. 춥지도 않을 거구. 놀림도 안 받을 거구. 내쫓기지도 않을 거구. 욕먹지도 않을 거구."
"정말 안 갈 거야?"
"똥산이 아줌마……뱃속 아기랑 함께 있을 테니까. 이제는 외롭지 않겠지?"
똥산씨는 만득이 아저씨 지게에 옮겨 앉았다.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굴뚝을 메우고 있었다. 전봇대가 귀신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쌓인 눈이 바람에 몰려다니고 있었다. (본문 200쪽)


 지은이 : 이윤학

196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청소부> <제비집>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한국 최고의 시문학상 중 하나인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먼지의 집』『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그림자를 마신다』, 산문집 『거울을 둘러싼 슬픔』『푸른 자전거』『환장』, 장편동화 『별』이 있다.


 그린이 : 유기훈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린 책으로 『행복한 고물상』『춤추는 돼지 호바트』『내 친구 타라』『나는 쇠무릎이야』『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 등이 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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